지난 9일(현지시각)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하자 영화 촬영지를 비롯해 봉준호 감독의 일거수 일투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 가운데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 시나리오를 쓴 커피숍이 서초구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봉준호 감독은 아카데미 수상에 앞서 지난 1월 할리우드비평가협회상 ‘각본상’ 수상 소감에서 시나리오를 집이나 사무실이 아닌 카페에서 쓴다고 밝힌 바 있다.
‘기생충’ 을 집필한 곳으로 알려진 카페 ‘서래수’를 찾았다.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는 이미 입소문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곳이다. 담쟁이덩굴이 멋스러운 외관에 내부 또한 예술가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클래식하고 고즈넉한 느낌이 가득한 곳이었다.
▲ 영화 팬들과 관광객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는 카페 ‘서래수’
▲ 담쟁이 덩굴이 멋스러운 카페 서래수의 외관
카페 주인 김정희 씨도 기쁜 기색이 가득했다. 봉준호 감독이 친필 사인을 남긴 컵을 보여주며 “2017년부터 2년 동안 거의 매일 오신 것 같아요. 봉감독님은 오시면 창가에 앉아서 헤드셋을 끼고 조용히 작업하시곤 했어요. 핸드드립 커피를 드시면서 몇 시간씩 집중해 써나가셨어요. 바쁠 땐 벙거지 모자를 쓰고 오셔서 좋아하시는 에티오피아 원두를 얼른 사가시기도 했고요, 여기서 인터뷰도 하고 조여정 씨도 캐스팅하셨어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이어 아카데미를 휩쓴 명작품이 저희 가게에서 나왔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라고 전했다.
봉준호 감독이 집필할 때 주로 머물렀다는 창가에 앉아 이번에 주인이 직접 블렌딩했다는 ‘봉봉블렌드’ 원두로 만든 핸드드립 커피도 맛보았다. 봉봉블렌드(일명 BBB)는 봉준호 감독이 평소 즐겨찾던 원두로 블렌딩한 것으로 ‘봉테일’, ‘봉보로봉봉’이라는 봉준호 감독의 별명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시간이 정지된 듯한클래식한 분위기의 공간에 앉아 사색하며 커피를 마시고 있자니 무언가 창의적 발상이 샘솟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 시나리오를 썼던 창가 자리
호젓한 창가에 앉아 시나리오 작업
‘옥자’ 각본 쓴 방배동 카페도 눈길
명장의 체취 배어 있는 공간 잘 보존
‘제2, 제3의 봉준호’ 탄생 줄 잇기를
또 다른 영화 ‘옥자’를 집필했던 카페 ‘오페라빈’ 도 가보았다. 도로가에 위치해 있어 찾기가 무척 수월하고, 공간이 꽤 넓어 모임 장소로도 손색없는 곳이었다. 카페 한편에는 꽃과 식물이 가득했고 가운데에 잡지가 가득 쌓인 넓은 테이블이 인상적이었다. 커피는 가장 무난한 라떼를 주문해보았는데, 고소하면서도 향이 좋았다. 이 카페는 지하철 2호선과 가깝기도 해서 모임장소로 널찍한 공간의 카페를 원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 영화 ‘옥자’ 시나리오를 작업한 것으로 알려진 카페 ‘오페라빈’
▲ 카페 ‘오페라빈’ 외경
영국의 유명 작가 조앤 K. 롤링이 ‘해리포터’시리즈를 집필했던 애든버러의 한 카페(엘리펀트 하우스)가 전세계 관광객들의 인증샷 명소로 유명해졌듯 봉준호 감독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카페들도 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초구는 기생충의 시나리오가 탄생한 동네 카페를 중심으로 서초의 관광명소인 서래마을과 연계해 전 세계인이 찾는 명소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서초구 동네 곳곳을 여행하는 골목투어 코스에 영화 시나리오 집필장소 일대를 포함 시킨다면 매력있는 도보여행 코스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요즘 봉준호 ‘과잉 마케팅’이라며 말들이 있지만 코로나19로 손님이 뚝 끊겨 시름에 잠긴 카페 사장님들에게 봉 감독님이 큰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품어본다. 봉준호 감독의 자취가 남아 있는 공간들도 잘 보존해 세월이 흘러 소중한 미래유산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카페 ‘서래수’
서초구 동광로 95-6
☎02.3481.5852
카페 ‘오페라빈’
서초구 방배로 35 1층
☎070.4235.3501
글 서리풀기자 김인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