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거울
나에게는 신비한 거울이 있다.
거기에 비추면 나의 마음이 보인다.
거기에 비추면 다른 사람의 마음도 보인다.
그뿐 아니라 나의 지나온 길이 보이고,
나아갈 길이 보인다.
나는 그 거울을 늘 들여다보며 마음을 단장하고,
언행을 바로잡았다.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은 순전히
그 거울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외모가 아니라 사람의 내면을 비춰주는 신비한 거울,
바로 책이다.
“책은 아이디어 창고다.” “책은 인생친구다.” “책은 여행이다.”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에 나오는 유명 인사들의 표현이다. 거기에 보면 인기 역사 강사 설민석이 “책은 거울이다”라고 한 반가운 표현도 나온다. 지식인들에게 서재는 생각의 주방이고, 알에서 깨어나는 공간이고, 깨우침의 놀이터라는 등의 기발한 표현들도 보인다.
지난 2월초 도서관 견학을 위해 일본출장을 갔다가 눈이 번쩍 뜨였다.
“도서관은 지붕이 있는 공원이다.”
‘모두의 숲’이라고 불리는 기후현 중앙도서관 관장의 표현이다. ‘미디어코스모스’라고 불리는 그 도서관 열람실은 히노키 나무를 엮어서 광대한 그물망처럼 꾸민 천장에 우주선 느낌을 주는 글로브로 공간을 구분한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마음속에서 상상의 날개가 펼쳐졌다. 앞으로 짓게 될 서초구의 도서관은 어떤 모습일까? 방배숲도서관은 책들로 우거진 숲이 될까? 서초도서관은 온 가족이 즐기는 지붕이 있는 테마파크 쯤 될까? 주말을 이용해 일본의 여러 도서관을 순방한 7명의 서초구 대표단 모두가 생각에 잠긴 표정들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문장 하나가 따라와 쓰윽 내 가슴 속에 자리를 잡았다. 서초형 도서관이 장차 어떤 모습일지 아직은 모르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하다.
서초형 도서관은 혁명이다!
① 일본 ‘기후미디어코스모스’ 도서관 천장에 설치된 글로브(globe)의 모습. 빛을 통과시키고 공기를 순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② 도서관 내에 서점·잡화점·카페가 공존하는 일본 ‘다케오시립도서관’
③ 서초역 인근 버려진 교통섬에 지난해 새롭게 조성된 ‘서초그림책도서관’
양재도서관 올 11월 개관
서초·방배숲도서관도 착착
2021년까지 구립도서관 9곳 생겨
불과 몇 년 전까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서초구 주민 일상 속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속속 생겨나며 권역별 1구립도서관 시대를 앞두고 있다. 도서관은 모든 세대가 함께 이용할 수 있고 특히 교육적인 의미에서도 주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시설이다. 풍부한 문화인프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도서관은 주민들의 간절한 열망이자 서초구의 고민이기도 했다.
조은희 구청장은 신년사에서 주민의 일상을 섬기는 내 삶에 도움을 주는 생활행정을 펼치겠다고 말하며 권역별 구립도서관 건립을 약속했다. 민선 6기부터 7기에 걸쳐 품격 있는 문화도시에 걸맞는 도서관 구축을 목표로 지역 곳곳에 크고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왔다. 예산과 부지를 확보하고, 민·관과 협의해 기부도 이끌어내는 한편 주민 아이디어도 적극 수렴했다.
노력은 차츰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1곳이 전부였던 구립도서관이 2017년 이후 5곳으로 대폭 늘었다. 2017년에는 ‘서이·잠원·방배도서관’ 3곳이 3개월에 한 곳 꼴로 문을 열었다. 2018년에는 오로지 그림책으로만 채워진 ‘서초그림책도서관’과 학교 안에 위치한 전국 최초 마을결합형 ‘내곡도서관’이 개관했다. 지하철역에서 손쉽게 도서 대출반납이 가능한 ‘스마트도서관’도 내방역, 양재역에 차례로 문을 열었다. 그리고 오는 11월에는 ‘양재도서관’이 개관을 앞두고 있고, ‘서초도서관’과 ‘방배숲도서관’까지 추가로 건립되면 서초구에는 2021년까지 총 9곳의 구립도서관이 생겨날 전망이다.
▲ 양재도서관 조감도
▲ 내곡도서관
▲ 서초그림책도서관
와글와글, 아이·청년들 북적
떠들며 소통하는 도서관
특색있는 도서관 찾아 일본 벤치마킹
서초구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서초형 도서관 혁신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월, 서초구대표단은 일본을 방문해 혁신적인 콘셉트와 운영방식으로 지역 대표 복합문화공간이자 명소로 자리잡은 도서관들의 다양한 성공 사례를 살펴보며 서초만의 해답을 찾아 나섰다.
주목한 곳은 공공도서관의 정형화된 틀을 깨고 과감한 혁신을 해 성공한 ‘다케오시립도서관’이다. 시민의 20%만 이용하던 ‘다케오시립도서관’은 유명 민간 서점의 운영 노하우를 접목해 재개관하면서 연간 100만명이 찾는 등 이용률을 획기적으로 높인 도서관 혁신의 대표적 사례다.
그 중에서도 서초구 도서관의 미래를 열어줄 열쇠가 되어준 것은 ‘시끄러운’ 도서관이다. 서점, 카페가 결합된 도서관에 음악이 흐르게 하고 누구나 담소를 나눌 수 있게 했다. 정숙해야 할 도서관에서 대화를 나누고, 아이들은 자유롭게 떠들며, 한켠에서는 음악과 커피를 즐기며 여유롭게 책을 읽고 있는 풍경이 펼쳐진다.
또 다른 도서관인 ‘기후미디어코스모스’에서도 ‘아이들의 소리는 미래의 소리다’라는 도서관의 철학을 담아 열람실에서는 자유롭게 떠들 수 있다. 벽을 없애고, 대신 빛이 감도는 거대한 11개의 글로브(Globe)를 만들어 열린 공간을 만들었다. 따분하고 억제된 도서관을 편안하고 따스한 공간으로 바꾸니 아이들과 청년들이 모여들고 소통이 오가는 공간이 됐다.
‘책의 숲’ 우거진 공원
진화하는 서초형 도서관
눈길 끄는 미래 도서관 콘셉트
서초구 도서관은 진화하고 있다. ‘Library#’은 서초구 도서관에 입혀질 새로운 콘셉트다. 본래의 도서관(Library) 기능에 도서관별 테마를 정하고 민간의 앞선 트렌드 ‘#’(shop)을 입혔다. 세련된 인테리어와 개방적 공간 설계, 이용자를 배려한 서가 배치와 프로그램 등 공공도서관의 고정관념을 깨고 발상의 전환을 시도한다. 특히 어린이와 청년들이 도서관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시끄러운 도서관’은 올 11월 개관 예정인 ‘양재도서관’에 가장 먼저 도입된다. 1층은 ‘떠들 수 있는’ 공간이다.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자녀에게 책도 읽어줄 수 있다. 세련된 인테리어를 갖춘 서점과 카페도 설치된다. 굳이 백화점이나 비싼 카페를 찾지 않아도 도서관에 오면 만남과 소통, 문화와 휴식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양재천과 바로 인접해 있는 만큼 ‘친환경’ 테마도 살린다. 층마다 남쪽 벽이 통유리로 돼 있어 자연채광 효과를 주고 양재천과 양재시민의 숲을 내려다볼 수 있다. 돌출형 테라스 등 독서공간을 마련하고 옥상엔 하늘정원도 꾸며 주민들이 주변 전경을 한눈에 보며 휴식을 취하도록 할 계획이다.
내년 9월 완공을 앞둔 ‘서초도서관’은 ‘메이커스페이스’가 테마다. 상상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필요한 것을 손수 만드는 메이커들의 창작활동공간이다. 특히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 함께 상상하고 만들며 실험하는 공간을 조성해 조용한 도서관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서리풀터널 상부공간에는 2021년 완공을 목표로 ‘방배숲도서관’이 조성된다. ‘숲 속을 헤엄치는 고래’를 테마로 책과 휴식을 즐기는 힐링공간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도서관 서비스 수준도 대폭 끌어올린다. 오는 5월부터 상호대차 서비스와 도서관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휴대폰용 어플 ‘마이북서비스’ 시행을 앞두고 있다. 지역서점에서 구매한 도서를 30일 이내 반납하면 구입비를 환불받고 해당 도서를 관내 구립도서관에 비치하는 ‘서초북페이백 서비스(가칭)’는 7월 시행 예정으로 전국 최고 수준의 책읽기 도시에 한 발짝 더 다가가게 된다.
일상처럼 머물 수 있고, 쇼핑몰처럼 즐기며,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태어날 서초구 도서관은 어느새 주민들 곁에 성큼 다가와 있다.
자치행정과 2155.86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