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비용 뺀 250억 중 111억 삭감 반토막
전액 삭감된 사업
• 서초4동 명달근린공원 바닥분수
• 반포4동, 방배2동 공원 쿨링포그
• 45만 서초구민 자전거보험 가입
• 22개 역세권 주변 개발 위한 종합발전계획 수립 용역
• 양재R&CD 혁신지구(서초빅히어로 프로젝트)
• 빨간 삼륜차 등 동 차량 임차료
• 청년문화기획단 구성 및 운영
• 서초문화예술회관 건립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수립
• 지능형 주차관리시스템 설치 등
일부 삭감된 사업
• 방배3동 느티나무쉼터(경로당 신축)
• 보행자 LED유도등(바닥신호등)
• 양재지선 철도사업 타당성검토
• 양재1동 공영주차장 설계용역비
• 골목길 개선
• 어번캔버스 조성 등
지난해 8배인 126억 원 싹둑
구의회, 총 6천499억 원 확정
서초구의 새해 예산이 이례적으로 126억이라는 큰 규모로 삭감돼 새해 사업이 줄줄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서초구의회는 지난해 12월 20일 본회의에서 총 6천499억(일반회계 5천884억, 특별회계 615억)으로 올해 예산을 최종 확정했다.
삭감액 126억은 민선4기 2010년 이후 가장 큰 액수로 최근 9년간 평균 조정액인 38억에 비해 3배, 작년 대비로는 8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와 비교해도 최고 규모로써, 자치구 평균 조정액(13억)의 10여 배에 해당한다. 새해는 민선 7기의 실질적 첫해인 허니문 기간임을 감안해 송파구 등 11개 자치구는 조정액이 0원이었다. 특히 서초구보다 예산이 1.3배 정도 많은 인접 강남구는 약 41억(총 예산 8천716억) 조정에 그쳐 서초구와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서초구의 2019년 일반회계예산 중 고정비용(인건비 1천287억, 매칭사회복지비 2천5백억, 시설유지관리 및 공공요금 등 고정비용 등)을 제외한 순 가용재원은 250억에 불과해 이 중 111억이 삭감된 것은 사업비의 절반이 잘려나간 것과 마찬가지여서 충격이 크다.
민선7기 허니문 기간 감안
11개 구는 조정액수 “0원”
삭감된 내역 중에는 신개념 경로당으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벤치마킹 대상이 된 느티나무쉼터 건립과 여름철 어린이 물놀이 시설인 공원 바닥분수처럼 생활밀착형 사업들까지 손을 대 언론에서는 야당구청장 길들이기용 삭감이라는 지적(소식지 7면 ‘국민일보’기사 참조)이 일고 있다.
이번 새해 예산이 최종 확정되기까지 구는 철저한 준비를 거쳐 주민복리증진을 위해 전년보다 14.2% 증가한 예산안을 구의회에 제출했다. 이는 세출예산 확대로 경기침체를 극복하려는 정부와 서울시의 방침과도 맥을 같이한다. 구는 세금 낭비가 없도록 치밀한 사업 점검과 ‘알뜰살림추진단’ 등 외부 전문가들의 2중, 3중 검증을 거쳐 편성된 예산안을 구의회에 심의 요청했다.
구의회에 제출된 예산안은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거치며 파행을 거듭한 끝에 골목길 도로포장, 보도블록 보수, 아스팔드 포장 정비 등 주민생활 불편 해소의 필수적 사업에 대해 10%, 20%의 정률 삭감이라는 보기 드문 선례를 남겼다.
한편 구는 이러한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구의회의 고유권한과 의결 결과를 존중하면서 한정된 예산을 살뜰히 집행해 최선을 다해 사업들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자전거보험·공원 바닥분수·쿨링포그 백지화
삭감 예산 어떤 것들인가
삭감된 주요 추진 사업은 총 85건에 달하며 대부분은 적은 비용으로 큰 편익을 주는 주민 생활과 직결된 사업들이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여름 어린이들에게 호응이 컸던 양재근린공원 바닥분수에 이은 서초4동 명달근린공원 바닥분수 사업비(9억), 폭염시 열섬현상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주민 요청이 많았던 공원 쿨링포그(인공안개)(5천만)가 있다. 두 사업은 여름철 폭염 대비 효과가 높고 어린이 물놀이 시설로 쓸 수 있어 계획했던 ‘서리풀오아시스’ 사업이지만 사업타당성 부족과 재정지원효과 불투명을 이유로 전액 삭감돼 추진이 무산됐다.
▲ 사업타당성부족, 재정효과미비 사유로 삭감된 공원바닥분수
특히 민방위 훈련 대원이 건의한 사업으로 서초구민이 전국 어디서나 자전거 사고 시에 보상받을 수 있는 구민 자전거 보험료(1억 5천만)도 전액 삭감되었다. 또한 겨울방학 어린이들의 도심 놀이터로 사랑받는 양재 및 반포지역 2곳의 얼음썰매장 설치 운영예산(1억9천6백만)과 지역 골목 구석구석 누비며 서초구 현장행정의 상징이었던 빨간삼륜차 임차료(동 행정차량 임차료)도 전액 삭감돼 운영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 전액삭감된 현장행정을 대표하던 빨간삼륜차
세계적 공연장으로 건립하고자 서울시와 부지교환 협의가 원활하게 추진되고 있는 문화예술회관 건립 타당성조사비(9천만) 및 청년정책의 핵심사업인 서초청년센터 건립비(16억2천만)도 전액 삭감되었다.
주민들이 직접 제안하거나 구청에서 미처 알지 못했던 민원사항을 현장에서 수렴해 해결하는 소통의 장 주민제안사업비는 33% 감액, 주민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사업을 집행하는 반포천 허밍웨이 산책로 정비, 양재천 수변무대 휴식공간조성 등 주민참여예산사업 22건도 6억(20%) 삭감돼 사업 축소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외에도 어르신들의 즐거운 노후생활을 위한 방배3동경로당 느티나무쉼터 건립비(4억5천), 양재동 지역의 고질적 주차난 해소를 위한 양재1동 공영주차장 설계비(8억6백)도 90%나 삭감돼 사업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방배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새해 방배3동 경로당이 느티나무쉼터로 신축하게 되서 이사 갈 것으로 예상했는데 예산이 삭감된 것은 의외”라며 “주민보다 의원 활동 과시에 치우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 4억 5천이 삭감돼 사업이 불가한 느티나무쉼터(사진은 내곡)
또 우면동 숙원사업 중의 하나로 만성적 교통정체 해소를 위해 선바위~양재까지 이어지는 양재지선 철도사업 용역사업비도 2억에서 1억2천으로 40% 삭감돼 용역자체가 어렵게 되었다. 그리고 기발한 방법으로 보행자 안전을 지켜 SNS에서 34만의 높은 조회수를 기록, 큰 화제를 모았던 보행자LED유도등(바닥신호등) 예산도 10%의 획일적 삭감, 축소되었다.
이외에도 서초구 관내 6개 노선 22개 역사 주변, 종합 발전계획 수립용역 예산인 3억과 4차 산업 인재양성을 위한 양재 R&CD관련 서초 빅히어로 사업비(1억1천5백만원)도 전액 삭감돼 서초구의 미래를 선도하는 사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생활 밀착 사업제동
주민 행복 밀려나
동네 사업 불발에
불만 목소리 높아
예산을 10%, 20% 정률 삭감 한 것에 대해 구의회 내부에서도 큰 갈등이 있었다. 예결위 소속이던 모 의원은 자진 사퇴하며 자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모 의원은 본회의 예산안 상정 직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참담하고 안타깝다. 연간단가계약 사업을 아무런 근거 없이 일률적 삭감하는 것은 창피한 노릇이다. 예산의 원칙, 원가 계산방법 등을 공부해 심의하자”며 예결위 사퇴 배경을 밝혔다. 이로 인해 본회의장에서 의원 상호 간 설전이 오가기도 했으며 결국 진통 끝에 최종 의결되었다.
서초구 알뜰살림
정부서도 인정
서초구의 알뜰한 재정운용과 재정투명성은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으뜸으로 정평이 나있다. 2017 행안부 재정분석 평가에서 예산 건전성과 효율적 운용 결과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가장 높은 등급인 ‘가’등급을 받는 등 외부의 평가가 높다. 또한 2015년 이후 매년 예산편성 후에 교수, 세무사, 시민단체 대표 등 분야별 외부 민간 전문가로 알뜰살림추진단을 구성 운영하며 송곳 검증을 거치고 있다. 이러한 구의 투명한 예산편성 및 건전한 재정운용 등의 성과는 4년 연속 지방재정개혁 우수자치단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알뜰살림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구의 편성 예산에 대해 정률 삭감 등 126억을 삭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