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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소식
폭염이 낳은 서초 감동드라마
한 주민의 경비실 에어컨 설치 제안 … 주민들 찬성으로 화답해
2018-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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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 주민들이 만든 미담
다른 아파트까지 퍼져
경비실 에어컨 기증 릴레이로

경비실에 설치된 에어컨

지난 8월,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방배동 신동아 아파트의 에어컨 미담이 언론의 화제가 됐다. 한 주민이 에어컨 설치비용을 쾌척하고, 다른 주민들이 전기세를 십시일반 부담하기로 하며 폭염 속 ‘감동 드라마’가 쓰였다.
“25년째 살고 있는데 밤낮으로 고생하시는 경비아저씨께 그동안 뭐 하나 해드린 게 없어요.”
정작 ‘에어컨 미담’의 주인공 최기영, 백은옥 교수 부부는 선행이 주목받는 것을 여전히 부끄러워했다.
에어컨 미담의 시작은 무더위가 한창이던 7월 말 시작됐다. 교수 부부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대책 없는 무더위를 경비아저씨들은 어떻게 견디시나 늘 마음 한편이 무겁다”면서 “경비실에 냉방기가 설치되면 각 가정에서 월 2000원 정도의 전기사용료를 나눠 낼 의향이 있으신가요”라고 의견을 묻는 안내문을 붙였다. 그로부터 1주일 만에 ‘○○호 찬성’이라는 포스트잇이 24개가 붙었다. 전체 가구 수가 30가구임을 고려하면 80%의 찬성률이었다.

부부가 붙인 안내문과 주민들의 찬성 포스트잇

이후 부부는 지난 3일 경비실 공간에 알맞은 소형 에어컨을 자비로 구입해 설치했다. 그러자 아파트 관리사무소장도 부부의 선행에 화답하는 차원에서 자비로 경비실 초소 등 2곳에 에어컨을 설치했다.
부부는 당초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하면서 전기료도 직접 낼 생각이었다고 했다. 백씨는 “귀찮고 불편할 수도 있지만 같은 공동체에서 살고 있다는 점을 깨닫는 계기가 됐으면 해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최씨는 “각자 자산을 조금이라도 떼어 공동체에 쓰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어 “에어컨 설치로 추가되는 월 전기료 6만원을 30가구로 나누면 두 달에 4000원에 불과한데, 이는 커피 한잔 값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부부가 이 프로젝트 추진을 서두른 것은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다간 더운 여름이 다 지나갈 것 같아서였다.
일단 경비실 추가 전기료를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내는 방식의 결과가 긍정적이면 파급 효과가 생길 것으로 예상했고, 기대는 현실이 됐다. 최씨는 “다른 아파트에 사는 지인들이 어떻게 하면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추진할 수 있느냐고 묻는 연락이 온다”면서 “이는 아파트 주민 모두가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선뜻 나서지 못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부부는 끝까지 “주민들과 함께한 일이기 때문에 저희가 주목받을 일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하며 “이번 사례가 하나의 미담으로만 끝나지 않고 다른 곳에도 온정이 확산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이후 부부의 바람대로 용기있는 실천과 이웃에 대한 배려심은 타 아파트에서도 경비실 에어컨 설치에 동참하며 이어졌다. 이웃에 대한 작은 마음에서 시작한 감동 드라마는 서초다운 ‘공동체 정신’의 한 사례로 남게됐다.

서초구소식 2018년 9월호
서초구소식 2018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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