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은 인연인줄 알면서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
감동을 주는 글로 모두에게 고른 사랑을 받았던 피천득의 작품을 반포천변 산책로에서 만날 수 있다. 서초구는 고속터미널역부터 이수교차로에 이르는 1.7㎞ 반포천변에 ‘피천득 산책로’를 만들어 주민에게 개방했다.
고속터미널역 5번 출구 앞을 나서면 피천득 산책로라는 이정표가 나타난다. 산책로 입구를 지나면 첫눈에 들어오는 것이 높이 2.2m의 ‘인연’이라는 대형 책 조형물이다. 모두에게 고루 사랑을 받고 많이 읽힌 이 수필은 아예 두 쪽 분량으로 그 자리에서 읽을 수 있도록 활자화 했다. 노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글씨도 키웠다. 이어 피천득의 노년을 형상화한 청동좌상이 보인다. 이 청동상에서 작가와 사진도 찍고 함께 걸터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다. 3개의 원형 목재평상에서는 주민들이 토론하고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도 마련됐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10m 간격으로 작가의 작품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백날애기’, ‘너는 이제’, ‘꽃씨와 도둑’, ‘축복’, ‘이 순간’ 등 5개 작품을 접하게 된다. 마음을 울리는 글귀를 한 점씩 읽으며 걸음을 떼다보면 가슴 한켠 잊고 지내던 감성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이러한 구의 문화 산책로 조성은 지난해 10월 양재천 하류에 방치되어 있던 작은 섬에 주민들이 사색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칸트의 산책길’, 올해 5월 양재역 12번 출구 앞에 피아노를 치는 모차르트 조형물이 설치된 ‘모차르트의 음악산책길’에 이은 세 번째 테마다. 구는 문화도시서초답게 일상에서 문화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명소를 계속해서 조성해나갈 계획이다.
문화예술과 2155.6225
피천득 선생님의 삶이 깃든 반포
반포천 일대는 피천득(금아 선생)과 인연이 깊은 곳으로 금아 선생은 1980년부터 2007년까지 27년간 반포천 인근에 있는 아파트에서 살았다. 집필 활동을 하던 틈틈이 반포천 둑길을 즐겨 걸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을 ‘피천득 산책로’로 조성한 데는 그 같은 인연에서다
피천득 산책로 위치